요즘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을 고르지 않습니다. 누가 쓰는지, 어떤 스토리와 사용후기가 담겨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죠. 특히 유명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사용하는 제품이나 경험을 따라 하는 ‘디토소비’, 일명 손민수 소비가 하나의 문화입니다. 각각의 사례를 중심으로 디토소비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그 배경과 파급력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BTS가 픽 와인: 스타 영향력의 정점
BTS의 멤버 RM이 인터뷰나 SNS를 통해 언급한 와인 ‘샤또 무똥 로쉴드’는 단순히 고급 와인이 아닌, 팬들에게는 하나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RM은 예술적 영감을 얻기 위해 작업실에서 이 와인을 즐긴다고 말했을 뿐인데, 그 말 한마디에 수입처 사이트는 서버가 마비되고, 병당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이 와인은 품절 사태를 맞았습니다. 이 현상은 단지 팬심이나 스타 마케팅의 성공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소비자들은 이 와인을 통해 ‘RM처럼 생각하고, 느끼고, 살아보고 싶다’는 감성적 욕구를 해소하려는 것이죠. 이러한 디토소비는 제품의 기능성이나 가격 경쟁력보다는 ‘상징성’과 ‘감정이입’에 중점을 둡니다. 또한, 이 같은 소비 흐름은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습니다. BTS 멤버들의 패션 아이템, 애용 브랜드, 사용하는 스피커나 가구까지도 글로벌 팬층에게 영향을 주며 실제 매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누가 사용했나’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시대, 소비는 점점 감정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진화하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팬덤 중심의 문화에서는 ‘소속감’과 ‘공유 경험’이 소비의 결정적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나도 BTS가 마신 와인을 마셨다는 감정, 그리고 그것을 SNS에 공유하고 공감을 받는 순간까지가 모두 하나의 소비 경험으로 완결되는 것이죠. 이처럼 디토소비는 스타와 팬을 연결하는 상징적 다리가 되어, 현대 소비문화의 주요 흐름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폭싹 속았수다 장가계: 드라마가 만든 여행 성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1950년대 제주에서 태어난 한 여성의 인생을 그리는 서사로, 제주어 특유의 정서와 노스탤지어를 담아낸 작품입니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생애 마지막으로 선택한 여행지가 중국의 장가계로 설정되었고, 극적인 장면과 함께 장가계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방영 이후 ‘장가계’ 검색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관련 키워드는 SNS와 블로그에서 급상승했습니다. 여행사들도 발 빠르게 장가계 관련 패키지 상품을 출시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드라마 촬영지를 연계한 여행 콘텐츠를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례는 디토소비가 단순한 제품이나 패션을 넘어 ‘공간’과 ‘경험’으로 확장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보여줍니다. 과거에는 예능이나 여행 프로그램이 관광 수요에 영향을 주었다면, 지금은 드라마 속 장면 하나가 실질적인 소비로 이어지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폭싹 속았수다’ 속 장가계 장면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인생의 마무리에서 찾은 감정의 정화와 회복을 상징합니다. 시청자들은 그런 서사에 감정이입하며 “나도 저기 가보고 싶다”는 동경을 가지게 되고, 이는 곧 실제 여행으로 이어집니다. 이는 소비가 ‘나를 누구처럼 만들고 싶은가’라는 정체성 탐색과도 연결되며, 손민수 소비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장가계는 이전에도 유명한 자연 관광지였지만, 드라마를 계기로 새로운 감성 코드와 연결되면서 전혀 다른 이미지로 재브랜딩된 것입니다. 결국 현대 소비자는 단지 제품이나 장소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에 담긴 ‘느낌’과 ‘스토리’를 소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화정 님의 인생템: 신뢰 기반 소비의 전형
방송인 최화정은 오랜 기간 라디오와 방송을 통해 대중과 소통해온 인물로, ‘스타일의 교과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가 소개하는 아이템은 명확한 취향과 사용 경험이 녹아 있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고, 실제로 방송이나 SNS에서 ‘최화정 인생템’이라 언급된 제품들은 대부분 완판 행진을 이어갑니다. 예를 들어, 그녀가 한 방송에서 “이거 하나면 진짜 피부가 달라져요”라고 말한 한 고가의 앰플 제품은 방송 직후 하루 만에 공식몰과 백화점 온라인몰에서 품절되었습니다. 이는 광고보다 더 강력한 ‘신뢰 소비’의 결과입니다. 최화정의 소비 추천은 단순히 유명인의 영향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직접 써보고 만족한 제품만을 소개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긴 방송 경력 동안 쌓아온 일관성과 진정성이 소비자에게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이러한 소비 형태는 '피로 사회'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더 큰 매력을 줍니다. 너무 많은 제품,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검증된 추천 하나는 곧 선택의 피로를 줄여주는 대안이 되기 때문이죠. 디토소비는 이처럼 ‘검증된 사람’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움직이며, 이는 셀럽 마케팅과 단순 광고의 차별점을 만들어냅니다. 이제 소비자는 광고보다는 후기, 후기보다는 인플루언서, 그중에서도 진정성이 있는 셀럽의 말 한마디에 더 귀를 기울입니다. 최화정처럼 오랜 시간 한결같은 신뢰를 준 인물이 추천하는 제품은 단순히 ‘따라 사는 것’이 아닌 ‘현명한 선택’으로 여겨지며, 손민수 소비의 진화된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정리
디토소비와 손민수 소비는 단지 유행을 따라가는 현상이 아닙니다. 감정의 이입, 신뢰의 축적, 그리고 정체성 형성이라는 복합적인 요소가 얽힌 하나의 문화현상입니다. BTS처럼 되고 싶고, 드라마 속 여행지를 직접 느끼고 싶고, 셀럽이 추천한 제품으로 나의 삶을 개선하고 싶은 욕구가 모두 여기에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소비가 일방적 모방이 아니라, 왜 이 경험을 하고 싶은지를 아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디토소비의 완성입니다. 유행을 따르더라도, 그 안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추천드립니다.